“한강 조망권 여부에 따라 3억~4억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무조건 지켜야 한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강변 노후 아파트에서 한강 조망권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현재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주민과 비조망권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지면서 부랴부랴 설계를 초고층으로 변경하거나 조망을 확보한 조합원이 수억원의 분담금을 더 내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과거 조망권 개념이 없던 1980년대 전후 지어진 아파트들은 강바람과 소음 등의 이유로 소형 아파트를 강변 쪽에, 중대형은 남향 위주로 단지 안쪽에 배치했는데 재건축을 앞두고 이런 구조가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용산구 한강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도 조망권 확보를 위해 동을 줄이고 고층으로 짓는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 최근 조합을 설립한 여의도 한강변 목화아파트도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목화아파트는 단지 남측에 인접한 866가구 규모 삼부아파트와 통합 재건축을 시도했지만 조망권 문제로 갈등을 빚다 분리 재건축으로 돌아섰다. 서울시가 한강변 목화아파트 자리를 공원화하고 삼부아파트 자리에 통합으로 단지를 지으라고 요구하자 소형이 많지만 한강 조망권을 가진 목화 주민들은 단독 재건축을 선택했다.
실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청담자이 등 주요 한강변 신축 단지의 전용면적 84~89㎡ 아파트는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3억~4억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망권과 층수 등으로 세밀하게 등급을 나눠 동일 등급에서 동·호수를 뽑고, 분담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피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판상형(성냥갑형) 설계 대신 ‘+’자 모양이나 ‘ㄱ’자 타워형 건물을 엇갈리게 배치하는 등 최대한 한강이 많이 보이도록 설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아파트 내부에서도 거실을 3면 또는 2면 개방형으로 설계하고 북서·북동쪽을 보거나 아예 북향으로 짓기도 한다. 과거엔 부엌과 작은방 또는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를 한강 쪽으로 배치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단열과 냉난방 기술이 발전해 거실을 꼭 남향에 둘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발전한 건축 설계로 인해 갈등이 벌어지는 사례도 있다.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청담동 삼익아파트의 경우 한강 조망이 가능해진 가구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나자 일부 조합원이 해당 가구에 분담금을 더 낼 것을 주장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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